2007년 즈음 아직 신참의 티를 벗지 못하고 학생 같은 마음으로 학교에 출근하며 매일매일 떨림과 설렘으로 학교 교문을 들어서던 때, 명문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는 분에 넘치는 축복을 누리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욕에 넘쳐 학교에 오면서 이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던 때였나 보다. 대부분 피아노를 ‘잘’ 치고 머리가 좋은 학생들이지만 뭔가 무대에 가면 위축이 되고 아는 만큼 더 겁을 내며 무대에서 마음껏 자유롭지 못한 학생들에게 연주력을 길러주는 직접적인 도움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차, “학생들에게 이제부터 매주 한 번씩 다 같이 모여서 스튜디오 클래스를 가진다고 공지해…” 당시 학생들과 나 사이에 전달 책을 맡은 학생에게 이 말을 내뱉어 버렸다. 말을 하자마자 당장 후회의 생각이 들며 정작 당시 신인 교수였던 나에게 쏟아지는 연주 스케줄과 티칭, 그리고 6살배기 딸아이의 엄마로서 해야 하는 일들도 너무 많은데 지금 이 열외의 시간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나보다 학생들이 이 말도 안 되는 선생님의 공지에 패닉이 되며 더 혼란스러워 했던 것 같다. 매 주마다…? 어떻게…?
그렇게 시작한 PoA (Performance of Advancement ® Potential of Art 로 바뀜) 가 어느덧 100회를 넘어 얼마 전 9월 14일에 서울대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150회 연주를 하게 되었고 이제는 학생들 스스로 연주자의 자세로서 PoA의 절대적인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그 시간을 통해 동기간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워졌다. (정말 처음에는 서로의 연주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을 엄청 어색해 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이들이었는데…).이 시간을 통해 더욱 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며 음악적 성장을 가져온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경쟁구도에 익숙한 아이들이 이 시간을 통해서 친구이자 라이벌일 수 밖에 없는 클래스메이트들과 같은 종류의 고민을 서로 나누면서 진심 어린 조언과 격려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나도 학생들도 놀랐다. 엄청난 양의 개인 연습을 요구하는 전공 특성상 늘 혼자서 하는 일에 익숙한 학생들이지만 학생들 스스로도 음악적인 면에서 협력의 관계를 배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돈독해지는 관계를 보니 지난 13년간의 이 엑스트라로 헌신한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제자들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다른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피아노와 무대를 사랑하고 무엇보다 우리의 관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PoAH (Piano of Artistry & Humanity) 피아노 연구회를 창단한지 갓 1년이 되었다. 학창시절 연주자로서 갖추어야할 준비 시간을 PoA에서 배웠다면 이제는 이제껏 배운 음악을 우리가 추구하는 모양으로 또 우리만의 색깔로 마음껏 표현하는 무대를 PoAH에서 만나길 기대해 본다.
음악은 사람의 안에서 나오는 것으로 우리 각자의 생긴 모습대로 나올 텐데 우리 PoAH 연구회에서 만들어내는 음악은 함께 모였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음악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음악의 순수한 기쁨을, 감동을 전할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하며…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주희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