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얼 해야 이젠 제법 많아진 졸업생 제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제 갓 긴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최고령 제자에게 주희성 선생님께서 심각하게 물어오신 이 질문 하나에서부터 모든 이야기들은 시작되었습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 정관은 어떻게 쓰는 것이고 고유번호단체와 법인의 차이는 무언지, 포아 창단을 준비하며 한국말이지만 당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과 씨름을 하다 보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보다 더한 연습실 안 음대생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름을 정하고, 임원진을 뽑는 등의 복잡한 단계들을 거쳐 단체등록까지 마친 후에, 포아는 탄생했습니다.
처음에 피아노 연구회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때, 마음속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다른 피아노 단체들과 무엇이 다를 수 있을까?” 그 답이 어렴풋이 보인다고 느꼈던 것은 첫 임원 회의가 끝난 후였습니다. 중요한 안건들이 즐비했지만 일단 사진부터 한 장 찍고 나서 생각 하자며 서로 얼굴이 작아 보이는 뒷자리로 가겠다고 깔깔대는 모습, 개인적 사정으로 회의에 늦어서 미안하다며 모두에게 마음이 담긴 선물을 돌리는 신민정 총무님의 모습 등에서 우리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여기 있다. 혹시라도 마음속에 팍팍함이 자리하고 있었더라도 함께하면 즐거워지는 수준 높은 음악인들의 모임. 회원들이 함께 수평적으로 교류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성장한다면 그것이 우리만의 장점이자 강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3월에 있었던 서울대 콘서트홀에서의 성공적이었던 창단 연주를 시작으로, 순천과 전주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여름의 무도 시리즈, 프라움 악기박물관에서의 2회의 연주를 비롯하여 그 어렵다는 스크랴빈을 멋진 세미나와 더불어 근사하게 풀어낸 TLI 아트센터에서의 2회 정기연주까지, 포아의 1년은 이렇게 바쁘게 흘러왔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열정을 증명했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음악 감독이신 주희성 교수님과 모든 정회원, 명예회원 분들 및 여러 면에서 관심을 보여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희 포아는 더더욱 흥미진진한 음악 여정을 가질 예정이오니 여러분들의 계속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포아 피아노 연구회 회장 김유상 (학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