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마음으로 창간호에 글을 썼던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우리에게 이런 현실이 다가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고 ‘거리두기’의 현실은 ‘함께 어우러짐’이 하나의 모토였던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다른 이에게 적응하기 어려운 시간들을 주고 있다. 창간호의 첫 글의 제목도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였는데 그러한 글을 쓴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함께하면 절대로 안 되는 사회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상상도 못한 시간이…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생명인 많은 음악인들이 무관중 라이브 스트리밍 등의 온라인을 통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망한 건 사실이고, 공연장에 가지 못하는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음악에 너무나 목말라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로 격려를 해줘야 하고 젊은 음악인들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주어야 할까…? 어린 나이지만 – 십 수 년간 혹은 이삼십년간 – 살아온 시간의 거의 전부를 피아노 하나만을 바라보며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또 피아니스트로 살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쏟아 부은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한방에 무너지는 듯 한 마음일 텐데… 달랠 길이 없다. 연습이 고되고 외롭고 무대가 두렵고 설레는 장소였지만 무대를 위한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여전히 함께 어우러짐을 강조하고 싶다. 물리적인 거리두기로 인해 마음까지 거리두기가 되기 쉬운 요즈음의 현실 속에서 결국 음악인만이 할 수 있는 사명감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하는 음악은 소리로 전달되는 것이라 막혀진 칸막이, 멀어진 거리를 뚫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중에 하나다. 직접 소통이 없어 연주자에게는 다소 공허하고 허무하지만 듣는 누군가에게는 인터넷을 통해서 멀어진 거리를 뚫고 마음 한가운데로 전달되어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의 힘이 우리에게는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몸부림치며 그 외로운 작업을 그만둘 수가 없다. 언어의 한정된 의미가 아닌 소리, 그냥 통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음악으로 연결되어 각자의 마음을 적시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면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음향 조건 속에서 – 나를 깎아내릴 수도 있는 환경 – 도 마다않고 최상의 소리를 내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 포아 피아노연구회는 음악으로 여전히 함께 어우러지는 2021년을 준비할 것이고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거리두기를 무색하게 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이 팬데믹이 끝나고 우리에게 일상이 돌아올 때가 분명히 있을 텐데 음악을 정말 목마르게 기다리고 계시는 많은 관객들을 위해 더욱 준비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함께 어우러지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주희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