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아 에튜드 기획연주 리뷰

  이제 막 탄생 2주년을 맞은 포아피아노연구회가 올해 어떤 특별 연주를 준비하면 좋을지 첫 회의가 열리던 날, “etude 전곡 연주에 도전해볼까?”라는 주희성 교수님의 제안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임원진의 반응이 생생합니다. 사실 저는 처음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분명히 관객들, 특히 에튜드를 한창 연습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피아니스트에게 “etude”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과 부담감이 상당하기에 4회나 되는 에튜드 대장정을 잘 마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원진 회의가 끝난 후, 포아 회원들에게 에튜드 기획연주에 대해 설명하고, 가능한 레파토어 목록을 받아본 후 “역시 포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당하게 “전곡”이 가능하다고 밝혀주신 선배님을 비롯하여 많은 회원들이 연주 참여 의사를 밝혀주었습니다. 아직 유학중이거나 해외 스케줄이 있어 연주에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들도 있기에, 인원이 많이 필요한 이번 기획연주는 아무래도 학부생 후배들(PoA)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반영되었습니다. 연주자들이 모두 정해지고, 우인아트홀의 배려와 도움으로 대관절차와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허나 슬프게도 2020년은 늘 마스크와 함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 로 인해 연주, 공연활동은 미뤄지고 취소되기 일쑤였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고, 무대에서 관객들과 함께 소통할 순간만을 기다리며 답답한 방음방에서 외로운 시간을 견디는 연주자들은 더더욱 낙심할 일이 많았겠지요. 첫 번째 전곡 연주 타자였던 라흐마니노프 에튜드 전곡 연주는 결국 연주 날짜가 한 달 즈음 밀리고, 거리두기로 인해 관객석을 50명으로 제한하며, 철저한 방역 조치 속에 7월 25일 우인아트홀에서 첫 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연주자들과, 방역으로 인해 조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함에도 연주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관객들이 함께 한 소중한 무대였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에튜드 전곡 연주를 감상하며 저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입시나 시험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빠르고 강한 인상의 몇 곡을 제외하고는 덜 친숙한 곡들이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는 곡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쇼팽의 에튜드는 24개가 고르게 잘 알려진 반면, 라흐마니노프 에튜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고 그렇기에 이런 기획 연주가 더욱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허설 직전까지 연습을 많이 못했다며 불안감을 내비치던 회원들은 무대에서 모두 자기의 색깔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었습니다. 기교적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자기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력을 녹인 여유 있는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회화적” 연습곡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라흐마니노프 에튜드 전곡 연주를 통해 우리는 총 17곡의 개성 강한 그림을 그리며 첫 번째 에튜드 전곡연주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 수 있었습니다.

  8월 29일에 예정되었던 두 번째 연주인 chopin etude 전곡 연주는 코로나가 더욱 기승을 부리며 결국 유튜브 녹화 연주로 대체가 되었습니다. 연주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도와 울림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발전된 매체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제한적으로나마 훌륭한 연주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유튜브 PoAH & PoA 채널에 다양한 연주가 업로드 되어있으니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그리고 바깥 공기가 유난히 겨울처럼 싸늘했던 10월 24일, 세 번째 기획연주인 리스트 에튜드 전곡 연주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리스트 에튜드는 기교 과시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날 연주를 통해 리스트 에튜드의 서정성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순례의 해, 소나타, 발라드 등의 곡들을 통해 느꼈던 리스트의 음악이 에튜드 곳곳에 숨 쉬고 있었고 덕분에 리스트 에튜드를 들으며 여러 가지 꿈을 꾸었습니다. 사랑, 행복, 슬픔, 분노 등의 다양하고 극적인 감정이 음악 속에 아스라이 녹아들어 있었고 화려한 기교에도 그러한 정서가 묻히지 않고 온전히 전달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날 굉장히 몸이 피곤하고 지쳐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통해 수많은 꿈을 꾸고 난 후 푹 잠을 자고 일어난 듯 개운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에튜드를 공부하고 연주할 때와 무대에서 듣는 에튜드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테크닉에 얽매여 순간순간 만끽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에튜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 받은 날이었습니다.

  이 선물 같은 에튜드 기획 연주가 아직 한 차례 남아있습니다. 부조니, 드뷔시, 리게티, 스크리아빈, 스트라빈스키, 바르톡의 에튜드를 한 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전의 에튜드 연주들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고 만끽했던 에튜드의 매력을, 이 날 많은 분들이 함께 만나 누리고 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토록 멋진 연주를 기획하고 하나하나 빠짐없이 신경써주신 주희성 교수님과 임원들, 멋진 연주를 준비한 연주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며, 2021년에도 포아가 그려갈 우리만의 그림이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포아 피아노연구회 서기 이예나 (학 09)

소중한 발자취의 시작,
제 1회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를 위한 PoAH 피아노 콩쿠르

  작년 11월 이맘때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한껏 들뜬 목소리로 “아마추어를 위한 피아노 콩쿠르는 어떨까?”라고 불쑥 말씀을 꺼내셨던 것은요. 전공자를 위한 콩쿠르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교수님의 제안이 제게도 꽤나 신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내지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를 일상의 낙으로 연습하며 1주일에 한 번은 음악회에 참석하곤 했던 열정적인 화학과 후배가 떠오르기도 했고, 회사원이지만 매력적인 화성들을 건반 위에서 탐닉하곤 했던 친한 지인도 불현듯 스쳐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것과 직접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사이에는 일말의 괴리감이 있기 때문에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제게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올해 들어 팬데믹으로 PoAH의 야심찬 연주회들이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되면서, 아마추어 콩쿠르의 개최도 불투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넉 놓고 아무것도 안할 수 없다는 임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결국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하여 콩쿠르만큼은 개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굳혔습니다. 콩쿠르 전단을 만들고서는 막상 어디서부터 홍보를 시작할지조차 막막했지요. 그리하여 PoAH는 우선 효과적인 동영상 홍보를 공략하기로 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한데요, 임원과 회원들은 줌(zoom)으로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유지하면서도 오히려 함께 할 수 있는 가치를 어필하면서 콩쿠르 홍보영상을 제작했습니다. PoAH 회원이자 뮤라벨 대표 김태환 PD님의 각별한 손길로 탄생한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되고 곧바로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콩쿠르를 동영상으로 홍보한 사례가 있었을까요? PoAH는 실험적이고 유례없을 방법을 모색하며 미지의 세계로 하나 둘씩 발걸음을 떼고 있었습니다.

  “신청자가 없으면 어떡하지? 단 20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마음을 졸이고 있던 중, 드디어 하루에 한 두건씩 콩쿠르 신청서가 접수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상보다 각계각층의 분들께서 참여의사를 전달해 오시자, 저희는 기쁨의 반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회사원, 선생님, 변리사, 공무원, 주부, 컴퓨터 프로그램 연구 개발자, 프리랜서, 편의점 캐셔, 소설가, 제약회사 사무직, 외식업가, 정신과 의사, 학원 대표, 피아노 조율사, 치과 의사, 취업준비생, 콘텐츠 기획자, 수능관련 교육업자, 빅데이터 분석가, 전자회사 연구원 등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직업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분들께서 호응해주셨거든요. 대학생 가운데는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인공지능 등 이과 계열 학생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특별히 PoAH 콩쿠르의 신청서에는 피아노를 배운 경험을 적는 난이 마련되었는데, 때로는 음악에 관한 본인의 소회를 담담하게 적어주셔서 저희에게 은근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적잖았습니다.

  드디어 콩쿠르 당일. 경연장 및 연습실을 협찬 받은 하츠아트홀에 집결하여 장소를 소독한 후 각자 상기된 얼굴로 맡은 역할을 재확인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흔쾌히 나와 주신 참가자 분들을 위해 PoAH 로고가 새겨진 소정의 기념품을 마련했고, 본인의 연주 영상을 받아보실 수 있도록 카메라 녹화를 세팅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콩쿠르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는데, 가족이나 지인 분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드리고자 참가자의 동의하에 인스타그램으로 경연을 라이브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연주뿐만 아니라 PoAH는 더욱이 참가자 분들과 짧게나마 대화하며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연주만 끝낸 채 보내드리기란, 못내 아쉬웠던 거죠. 무대에서 연주한 소감이 어떠신지, 본업이 있는 와중에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어떤 면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 하셨는지 등을 바탕으로 한분씩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기는 했지만 서로의 두 눈을 마주한 짧은 순간동안 무언의 열정과 열기, 그리고 음악을 향한 순수한 경외가 오롯이 전해졌습니다.

  첫 번째 콩쿠르를 무탈하게 마치고, 이제 PoAH에게 남은 건 부상으로 내건 입상자 연주회였습니다. 연주곡목은 경연곡으로 한정짓지 않았으며, 희망할 경우 PoAH 연구회의 전문 피아니스트와 함께 듀오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였습니다. 어쨌든 콩쿠르와 연주회는 또 다른 무대이지요. 본인들의 이름을 내건 산뜻한 디자인의 포스터까지 제작되자, 입상자 분들은 설렘과 흥분 속에서 연습에 더욱 매진하셨습니다. 연주회를 일주일여 앞두고는 주희성 교수님께서 입상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공개레슨을 개최하여 모든 스테이지를 꼼꼼하게 체크하셨지요. 마스터클래스는 9명 전원이 참석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계속하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입상자들은 교수님의 귀한 가르침에 고무되었고, 인자하고 따스한 배려에 감화를 받았습니다. 한분은 아이패드로 레슨을 녹화할 만큼 교수님의 설명을 세심하게 경청하고 담아두려 했으니까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음악회, 상상이 되시나요? 저도 이번 연주회를 보기 전까지 감히 생각하기조차 어려웠답니다. 코스모스아트홀과 하노버음악연습실이 협찬한 ‘제 1회 PoAH 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 위너스 콘서트’에 출연한 연주자들은 음악으로 관객과 만나는 순간순간마다 갈고닦은 예술 혼을 최선으로 발현하였습니다. 베토벤 <듀엣을 위한 소나타>와 <템페스트 소나타>, 쇼팽 <폴로네즈 판타지 Op.61>, 차이코프스키 <꽃의 왈츠>, 리스트 <라 캄파넬라>,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듀엣을 위한 판타지 D.940>까지, 이미 낯익은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자, 저는 마치 낯선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묘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건 참 형언하기 어려운데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만이 갖는 생명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이 빚어내는 음악은 모든 패시지를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의심을 품지 않으며, 솔직하고 꾸미지 않은 열정이 살아 숨쉬는, 그런 인상이었습니다. 음악은 입체적으로 매번 풍부하게 넘쳐흘렀지요. 일말의 진부함을 찾아볼 수 없이, 온전히 음악자체에 젖어들어 있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면, 적절한 비유일까요..

  연주회에 이어 시상식까지 마친 후, 그 날의 잔향은 제게 여전히 각별하게 남아있습니다. 계획들이 대부분 취소되고 갈피를 못 잡을 때, 처음에는 눈치도 보며 조심스럽게 준비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호응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저희의 근시안적인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분들에게 오히려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모든 행사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음악을 즐기고 싶은데 단지 기회조차 없던 환경에 대한 아쉬움, 참가자 분들이 보여주셨던 온기어린 애정, 아마추어도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자긍심,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나가는 희열, 이러한 원동력이 한 데 모여 앞으로 아마추어 아티스트를 위한 PoAH 콩쿠르를 이끌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할 수 있어 행복했고, 뜻하지 않게 값진 경험을 하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숱한 음악회들 가운데 음악적으로 특별했을 뿐더러 저에게는 가장 즐거웠던 음악회였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소식으로 PoAH 뉴스레터의 한 켠을 채우게 될지, 벌써부터 새로운 여정이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포아 피아노연구회 총무 신민정 (학 02)

2년간의 행복했던 동행을 마무리하며

사진: 2020년 11월 28일, 무관중으로 전환된 제 3회 정기연주회 (베토벤의 意美[의미])를 마치고 현장에 있던 연주자들과 임원진들만이 사진을 남겼습니다.

  2019년 3월 아직은 봄이라 하기에 조금은 쌀쌀한 공기를 느끼며 고향과도 같은 정겨운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시작한 설렜던 첫 창단연주를 기억합니다. 참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2년이라는 시간이었습니다.

  몇 해 전 연구회를 기획하던 단계부터 가시화되고 실현되기까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열정적인 교수님과 회장님 이하 많은 임원진 및 연구원들의 도움으로 벌써 다양한 일들을 이뤄낸 포아의 발자취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클래스에서 공부하며 서로 같은 길을 걸어온 음악이라는 꿈을 꾸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언제나 익숙하면서도 정겹고 반가운 경험인 것 같습니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연구회의 많은 행사를 함께하며 내가 지나온 길들이 생각나고 그 시절의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는 추억여행을 떠난 듯 포아 연구회는 언제든 과거의 나와 다시 마주하는 시간여행의 버튼이자 불꽃처럼 피어날 앞으로가 기대되는 설렘의 폭죽과도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기획연주들을 통하여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그램들로 연주자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고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을 제공하며 쌓아온 그 간의 기록들이 우리가 얼마나 이 연구회에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서는지 잘 전달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쉽게 돌아갈 수 있는 길들을 택하지 않고 우리가 지나오고 나아갈 어렵지만 묵묵한 그 길에 회원들의 협력과 하나 된 마음이 함께하여 지난 2년간 무사히 잘 지내 올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제 1회 정기연주회 였던 스크리아빈 시리즈, 에튀드 전곡연주, 그리고 베토벤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획한 2회 정기연주회를 비롯하여 프라움악기박물관, 순천대와 전주연주까지 크고 작은 연주들 모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소통해온 연구회의 2년간의 한 순간순간이 매우 소중하며 올 해 코로나로 힘든 시기임에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음악회를 준비하고 연주한 많은 회원들께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아마추어 피아노 콩쿨을 통해서 그분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말할 자격이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제야 비로소 반쪽인간이 된다. 그러나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다”라는 독일의 위대한 문호 괴테의 말처럼 음악가라는 직업을 떠나서 일상에 음악을 녹여서 참가하신 많은 지원자분의 그 마음에 너무도 행복하고 따뜻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콩쿨을 준비하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선생님과 회원들의 노력이 그들에게도 잘 전달된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포아의 프로젝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년 동안의 임기를 돌아보니 이 연구회 구석구석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살펴주시고 주도해주신 주희성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수님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연구회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된 모습을 보이긴 힘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늘 저희보다 한발 앞서 계획하시고 추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솔선수범하여 지난 시간 함께 일해온 든든한 임원진들에게도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늘 연구회의 얼굴인 포스터와 디자인을 담당해주셔서 저희의 우아함과 품격에 힘을 실어주신 김수현 디자이너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음악은 상처난 마음의 약이다.”라는 알프레드 윌리엄 헌트의 말처럼 우리가 하는 음악이 울려 퍼져 많은 사람의 마음에 약이 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도록 우리 연구회의 모토인 Artistry and Humanity의 정신을 되새기며 앞으로 더욱 정진하고 발전하는 모습의 포아를 기대 합니다. 앞으로도 제 자리를 지키며 연구회의 발자취에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아 피아노연구회 부회장 신효진 (학 01)

잘 끼워진 첫 단추, PoAH의 첫 2년

사진: 2020년 10월 24일, 리스트 에튜드 기획 연주회를 마치고

  모든 것이 낯설었던 첫 1년, 시도하는 모든 것이 우리에겐 최초였던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열정 하나로 참 많은 일들을 해 내었던 한해였습니다. 포아의 미래는 그렇게 평탄히 흘러갈 줄 알았었습니다. 2020년이 인류사에 다시 있어선 안될 대재앙의 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코로나19는 모든 사람들을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은 듯 엄청난 공포로 다가와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었지요.

  우리 PoAH도 많은 연주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어려움을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혼돈의 와중에서도 아무 사고없이 제1회 아마추어 콩쿠르를 성공리에 개최했고 쇼팽, 라흐마니노프, 리스트의 Etude 전곡을 연주했으며 연말에 전반기에 하지못한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연주 베토벤의 의미까지 해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찌하여 PoAH 피아노 연구회는 이리도 추진력이 좋은지, 그 힘의 근원을 찾아 이번 기회를 통해 자랑해보려 합니다. 지난 2년간 영광스럽게도 포아의 초대 회장이라는 자리를 맡아 모든 준비과정을 함께하며 제가 느낀 포아만의 강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는 주희성 교수님의 리더쉽 덕입니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 하시며 판단을 내리시는데 망설임이 없으신데다가 모든 진행상황을 꿰뚫어 보고 계시는 꼼꼼함 덕분에 많이 어설픈 임원들이지만 실수 없이, 겁 없이 많은 일들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수평적 관계입니다. 자칫 수직적으로 형성되기 쉬운 선후배 관계이지만, 인성을 중시하는 포아에서는 평등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를 인격 대 인격으로 존중하며 주어진 일들을 해내었습니다. 라떼 좋아하는 ‘꼰대’가 포아에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셋째는 긍정적이고 어디서나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분위기가 한몫 단단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와 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포아의 모임들은 재미있습니다. 스스럼없이 농을 던지고 누구든지 거기에 너그럽게 큰 웃음을 던져줄 준비가 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전문성과 진지함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들이 포아에 모여 웃음을 잃지 않으며 열린 마음으로 함께하니 거기서 여러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음악의 에너지가 생긴다고 믿습니다.

  포아는 젊습니다. 단순히 회원들의 연령대가 어리다는 것이 아니라, 넘치는 의욕과 에너지에 더불어 실력과 추진력까지 겸비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의 연구회입니다. 그동안 여기까지 오는데 함께 해주신 모든 명예회원, 정회원, 준회원 분들께 감사드리며 포아의 앞길에도 늘 응원과 협조 아끼지 않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포아 피아노연구회 회장 김유상 (학 97)

거리두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다…

  부푼 마음으로 창간호에 글을 썼던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우리에게 이런 현실이 다가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고 ‘거리두기’의 현실은 ‘함께 어우러짐’이 하나의 모토였던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다른 이에게 적응하기 어려운 시간들을 주고 있다. 창간호의 첫 글의 제목도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였는데 그러한 글을 쓴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함께하면 절대로 안 되는 사회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상상도 못한 시간이…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생명인 많은 음악인들이 무관중 라이브 스트리밍 등의 온라인을 통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망한 건 사실이고, 공연장에 가지 못하는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음악에 너무나 목말라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로 격려를 해줘야 하고 젊은 음악인들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주어야 할까…? 어린 나이지만 – 십 수 년간 혹은 이삼십년간 – 살아온 시간의 거의 전부를 피아노 하나만을 바라보며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또 피아니스트로 살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쏟아 부은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한방에 무너지는 듯 한 마음일 텐데… 달랠 길이 없다. 연습이 고되고 외롭고 무대가 두렵고 설레는 장소였지만 무대를 위한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여전히 함께 어우러짐을 강조하고 싶다. 물리적인 거리두기로 인해 마음까지 거리두기가 되기 쉬운 요즈음의 현실 속에서 결국 음악인만이 할 수 있는 사명감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하는 음악은 소리로 전달되는 것이라 막혀진 칸막이, 멀어진 거리를 뚫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중에 하나다. 직접 소통이 없어 연주자에게는 다소 공허하고 허무하지만 듣는 누군가에게는 인터넷을 통해서 멀어진 거리를 뚫고 마음 한가운데로 전달되어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의 힘이 우리에게는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몸부림치며 그 외로운 작업을 그만둘 수가 없다. 언어의 한정된 의미가 아닌 소리, 그냥 통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음악으로 연결되어 각자의 마음을 적시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면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음향 조건 속에서 – 나를 깎아내릴 수도 있는 환경 – 도 마다않고 최상의 소리를 내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 포아 피아노연구회는 음악으로 여전히 함께 어우러지는 2021년을 준비할 것이고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거리두기를 무색하게 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이 팬데믹이 끝나고 우리에게 일상이 돌아올 때가 분명히 있을 텐데 음악을 정말 목마르게 기다리고 계시는 많은 관객들을 위해 더욱 준비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함께 어우러지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주희성 교수

제 1회 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를 마치고…

기대반 걱정반 포아 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가 5월 16일 토요일 하츠아트홀에서 개최되었다.
이미 계획은 작년 가을부터 구상하여 1월에 포스터 제작도 마쳤지만 코로나 시국에 못할 것 같아 접고 있었고… 그래도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는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 본격적인 홍보는 4월 초부터…
그 와중에 총 49명의 참가자가 오셔서 정말 연주를 원하시는 순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분들이 이렇게 많이 계시다는것에 놀랐고 그날의 수준높은 연주실력들에 또다시 놀랐다🤩

피아노 음악에의 열정과 사랑을 보여주신 모든 참가자분들, 다들 바쁜데 이날을 위해 미리 계획하여 하루 온종일 비워두고 각자 역할 잘 맡아준 17명의 스텝들(코로나방역때문에 일이 배로 많았다ㅠㅠ), 주로 밤에 시도때도없이 (카톡)회의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고생한 임원들, 심사해주신 박지원 교수님,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너무 고급스럽고 세련된 하츠아트홀의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시금 긴장하게 만드는 코로나 상황때문에 이틀전에 관객석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인스타로 라이브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재미있는 시도였다ㅎㅎ
연주하시는 분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참관을 원하셨지만 그나마 인스타 라이브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드릴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이유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콩쿨 진행 상황을 인스타라이브로 내보낸건 우리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

심사를 맡아주신 박지원 교수님, 하루종일 수고한 준비 위원들과~~
콩쿨 구디 백~~~^^

포아 에세이

PoAH(Piano of Artistry & Humanity)의 창간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선 PoAH가 이렇게 하나의 단체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라는 매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 주신 주희성 교수님과 임원진들, 모든 회원 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저에게 PoAH는 음악 단체 혹은 연주자 단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처음으로 경험한 PoA (Potential of Art, 주희성 교수님 스튜디오 클래스)는 신선한 충격과 긍정적인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저 일주일에 한 번 일대 일 레슨을 받으러 다니던 것이 전부였지만, PoA는 매 주 동료들과 모여 그들 앞에서 연주를 하고, 그들의 연주를 들으며, 자유로운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동료들과 선후배 학우들의 연주는 음악적으로 갇혀 있던 제게 보다 폭넓은 시야를 선물했습니다. 또한 같은 선생님께 배우지만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분명한 개개인의 연주를 그저 듣는 것 만으로도 제 음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지 생각하게 했고, 간혹 오랜 시간의 연습으로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누군가가 해준 한 마디의 코멘트 만으로도 마법같이 해결되기도 하였습니다.

 PoAH가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연주에 참여했던 2019년 여름, 저는 다시 한번 ‘함께 하는 것’의 의미와 그것이 주는 감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또래들과 함께였던 스튜디오 클래스와는 사뭇 다르게, 현재 기성 연주자로 활동하고 계신 대 선배님들과 함께 순회 연주를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귀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PoAH가 아니었다면 같은 길을 걷는 선배님들께 음악적인 고민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학생 신분으로써 비록 모든 PoAH의 음악회들을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순천∙전주 음악회를 통하여 연주자들 모두가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모였다는 것

, 서로가 음악을 더욱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는 멋진 사람들이라는 것, 더 나아가 이토록 소중한 음악을 관객들에게, 또 세상에 알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여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세상에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는 가족 같은 사람들. ‘PoA’부터 ‘PoAH’까지의 모든 순간들이 제게는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힘들 때는 위로가 되어주고 지칠 때는 힘이 되어주며 잘못된 길로 갈 때는 따끔하게 혼내주고 잘 하고 있을 때는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주는 곳, PoAH.

  PoA & PoAH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Potential) 예술 안에서 하나가 되며(Artistry) 세상에 나아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Humanity)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며.

포아 피아노 연구회 준회원 김보영 (학 11)

포아의 대중음악회

 2019년 11월, 바리톤 채승기 선생님의 해설로 포아는 다시금 프라움악기박물관에서 음악회를 가졌습니다. 과장하자면, 이번 연주회를 이렇게 표현해 볼 수 있을까요?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해 프라움박물관은 화려한 대형 트리, 선물 장식, 그리고 빨간색 포인세티아 등으로 한껏 멋을 냈습니다. 진행자로 나선 채승기 선생님은 편안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관객의 감흥을 이끌었는데, 이보다 더 대중을 즐겁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이 날 프로그램은 훈훈한 연말 분위기와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 피아노 듀엣과 독주곡을 다채롭게 섞어냈으며,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등 들어봤을 법한 친밀한 선율로 대중의 호응을 적극 유도했습니다. 주희성 교수님과 함께 4명의 연주자가 등장해 각기 독주곡을 선사했고,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中 <달빛>과 <파스피에>, 리스트의 <탄식>, 라벨의 <물의 유희>, 쇼팽의 <왈츠>, 그리고 리스트의 <초월적 기교 연습곡 제 2번>이 서정적으로 혹은 열정적으로 다채롭게 펼쳐졌습니다. 음악회의 열기는 마지막 스테이지를 장식한 <리베르탱고>와 연이어 앵콜 스테이지, 라비냑의 <8개의 손을 위한 갤롭 행진곡>에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후자는 연주 중간에 연주자들의 예상치 못한 코믹 액션으로 관객의 실소를 자아내곤 하는 곡인데, 이 날 청중은 무대 위 포아의 음악과 몸짓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반응하며 박수갈채와 온기어린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이후 박물관 내부의 반짝이는 장식을 바탕으로 포토타임이 이어졌고,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음악회 열기로 더워진 마음만큼은 소중히 간직한 채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음악회를 기획하다 보면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 밀고 당기는 수위조절이 뜨거운 감자로 자주 떠오릅니다. 마치 이것은 진보와 보수 간에 소위 ‘낭만주의 시대의 전쟁’을 떠올리게도 하고요. 하지만 두 영역이 만나는 접점에서 바로, 서로에 대한 조우와 묘한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접점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21세기 음악가의 소명이기도 하겠지요. 함께 연주하는 음악, 함께 맞대어 궁리하는 생각, 그래서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의 찬란한 미래. 이 모든 것이 포아에서 시작되고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I PoAH You! ^^

포아 피아노 연구회 총무 신민정 (학 02)

스크랴빈의 모든 것 포아의 제 2회 정기연주회

‘스크랴빈을 좋아하세요?’

 이 문구는 프랑스 소설 제목을 패러디해 본 것인데, 충분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베일에 싸여있던 작곡가 스크랴빈을 포아는 대망의 두 번째 정기연주회 테마로 선정했습니다. 음악회에 앞서 한 시간 가량 렉처를 맡아주실 음악학자 이희경 선생님을 초빙했고, 이후 스크랴빈의 왈츠, 프렐류드 Op. 11 사이클 전곡, 소나타 셀렉션으로 짜여 진 심도 깊은 연주 프로그램을 편성했습니다. 더불어 졸업생 PoAH에 이어 학부생 PoA가 그 외 스크랴빈 작품들, 즉 에튀드, 즉흥곡, 마주르카, 녹턴, 전주곡, 왈츠, 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익일 연주하는 ‘스크랴빈 하이라이트’ 대장정을 기획했지요. (당시 폭풍 예보 때문에 PoA 연주는 일주일 연기되었던 것을 PoAH & PoA는 기억할거예요)   

 19세기 초반 대중음악회가 본격적으로 부흥할 무렵, 음악회 유형은 대중을 위한 행사와 전문가들에 의한 사적 모임으로 양분화 되는 추세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200년 전부터 음악회 프로그램은 타깃에 맞춰 성격을 매번 달리했던 것이지요. 프로그램의 전환은 음악회마다 꽤나 유동적이었는데, 제 2회 포아 정기연주회 <20세기 피아노의 시인, 스크랴빈>은 대중에 앞서 우선 음악 전공자 및 포아 멤버들을 위한 밀도 높은 자양분을 제공했습니다. 현대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이렇게 시리즈로 강의와 연주가 한 자리에서 펼쳐지는 경우도 드물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 연주회는 음악가 스스로에게 각별한 자리이자, 지적 호기심을 한껏 충족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이희경 선생님은 다채로운 사진과 영상들로 스크랴빈의 삶과 음악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셨습니다. 막연하게 여겨졌던 작곡가의 존재는 자세한 설명을 통해 뚜렷한 윤곽으로 다가왔고, 신비화음, 조성과 무조성의 경계, 색광 오르간 등 일생을 통해 끝없이 쇄신한 일련의 행보는 여전히 깊은 영감을 던져 주었습니다. 제 2부 연주회 역시 매순간 관객의 농밀한 집중도를 요했는데, 포아 회원들은 스크랴빈의 신비롭고 미묘한 미학을 가감 없이 펼쳐냈습니다. 모든 연주는 개성을 달리했지만, 그들의 주의력만큼은 스크랴빈이라는 구심점에 모아졌습니다. 초기부터 말기까지, 소품에서 대규모 소나타에 이르기까지, 스크랴빈의 음악은 포아의 손가락 끝에서 약동하고, 춤추고, 감정의 황홀경 내지 카타르시스를 내뿜으며 마지막 스테이지 <검은 미사>를 향해 진화해 갔습니다.

  순수학문과 실용 학문 사이에는 적절한 조화와 긴장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2회 정기연주회 <20세기 피아노의 시인, 스크랴빈>을 통해 포아는 추구하고자 하는 학문의 정통성을 유감없이 보여줬고, 진실 되고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 화답할 단단한 초석을 닦았습니다. 앞으로도 포아의 제 3회, 제 4회 정기연주회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포아 피아노 연구회 총무 신민정 (학 02)

<’프로그램 뮤직’으로 대중과 호흡하다> 프라움악기박물관을 찾은 포아

 순천과 전주에서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연주여행을 뒤로 한 채, 포아의 발자취는 이제 프라움악기박물관으로 향합니다.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이 곳은 마치, 음악가들의 별장이라 해야 할까요. 대저택 같은 건물에 들어서면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 다감하고 섬세한 인상의 장식품, 큰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아득한 지평선이 낯선 이의 발길을 맞이합니다. 바로 여기서 포아는 두 번째, 해설 있는 브런치 콘서트로 대중들과 친밀하게 호흡했습니다.

 사실 해설 있는 음악회는 리사이틀의 기원을 떠올리면 그리 새로운 개념도 아닙니다. 원래 ‘recital’이라는 명사는 ‘낭송하다’라는 뜻의 동사 ‘recite’에서 파생되었을 뿐더러, 리사이틀의 창시자 프란츠 리스트는 연주 사이에 청중과 자연스레 얘기하는 것을 즐겼다고 하죠. 포아가 이 날 기획한 주제는 바로 ‘프로그램 뮤직’이었습니다. 프로그램 뮤직은 미술과 문학 등 타 장르 간 경계를 뛰어넘어, 음악의 추상성에 사실성과 구체성을 덧입힌 장르입니다. 첫 세 스테이지는 드뷔시 작품으로 연이어졌습니다. 노유리의 <판화>, 권민세의 <서풍이 본 것>과 <퓌크의 춤>, 김하늘의 <히드가 무성한 황무지>와 <불꽃>까지 한 호흡으로 내달으며 관객들은 세련된 프렌치 감각으로 고취되었습니다.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 유리창에 성에가 서렸는데, 드뷔시의 Impressionism은 창 밖 풍경과 어우러져 오묘한 여운을 빚어냈습니다. 이어 네 번째 스테이지는 프로그램 뮤직의 대명사(代名詞),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포아의 대들보 김유상 회장님의 <키예프의 대문>은 어느덧 브런치 콘서트를 절정으로 이끌며 듣는 이의 마음에 묵직하고 강렬한 환희를 선사했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최현호가 연주한 바르톡의 <야외에서>로 꾸며졌는데, 이 날 연주자는 응급실에 다녀오면서까지 20세기 난곡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백스테이지 문이 열리며 환한 미소로 등장하던 연주자의 미소가 선연히 떠오르네요.  

  프로그램 뮤직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수준 높은 연주, 그리고 여러 사진과 해설로 풀어낸 포아만의 엣지있는 음악회는 관객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7월의 마지막 날 프라움박물관에서의 연주는 대중과 호흡한 소중한 추억으로 포아의 마음 한 켠에 고이 남았습니다.

포아 피아노 연구회 총무 신민정 (학 02)